의문 없이 사는 것이 행복인가 불행인가
狂
이승하
우리가 언제부터 미쳐갔는지를 神은 알리라
청어가 울고 있다
청어가 날고 있다
날개에 피칠을 한 채
어디로 날고 있나
-<LE TEMPS N'A POINT DE RIVES>*
우리는 우리를 제외한 남들을 불신한다
남들의 말은 그럴 듯해도 곧이듣지 않는다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 잘 훈련된
우리들의 육체와 영혼
시간을 철저히 지킬뿐더러
과업을 초과 달성하고 언제 어디서나
치밀한 계획하에 사고하고 행한느 우리는
이미 자기 자신의 노예 전체의 노예
우리는 어떠한 해방도 한사코 거부한다
착란의 시간이다 나는 인질로 잡혔다
총부리 앞에서는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다
누구도 내게 일을 주지 않는다
말을 걸지 않는다
물을 마시고 싶을 때 물을 마실 수 없다
잠자고 싶을 때 잠을 잘 수 없다
습관과 관습의 세계는 지금 완전한 균형
도취의 시간이 지나면
마취이 시간이 지나면
하늘에 떠 있을 나의 심장
살아 있는 내 주검의 머리 위에
진눈깨비가 내린다 창살 바깥의 많은 장님들이
나를 뚫어지게 본다 많은 귀머거리들이
몰려와 내 기도 소리에 귀기울인다
두려움에 떨며 나는 조용히 피 흘리기 시작한다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저 하늘 위로 날아오르고 싶다>
광기의 시간이다 나는 명령을 받았다
상부로부터의 명령, 나는 명령을 내린다
이 마을은 베트콩 마을이다 포위하고 불을 질러
단 한 명도 살려 두지 마라
수억의 열려진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와 고름을 봐
음악이 듣고 싶을 때 신음이 들려온다
말하고 싶을 때 누가 입을 틀어막는다
왜, 아침이 되면 저 무서운 태양은 떠오르는가
왜, 우리의 몸은 30조의 세포로 형성되어 있는가
왜, 우리의 대뇌피질에는 150억의 신경세포가 있는가
왜, 밤이 오면 우리는 사나워지는가 우리 언제쯤 숨을 거둘까
기분 나쁘게 진눈깨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약기운이 떨어지고 있다 약을 다오 약을
아아 약만 있으면...... 우리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의문 없이 사는 것이 행복인가 불행인가
*<피안 없는 시간>(샤갈, 1939년 作, 뉴욕 근대 미술관 소장)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세계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