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노동자의 이익이니까
"아주 멋지군"
마음을 좀 가라앉힌 필리쁘 필리뽀비치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말투에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렇다 치고, 자네의 그 매력적인 주택관리위원회가 뭐라고 하던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왜 당신은 매력적이니 뭐니 하면서 주택관리위원회를 욕하는 거요? 주택관리위원회는 이익을 지켜주고 있단 말이오."
"그럼 말해보게. 누구의 이익을 지켜준다는 거지?"
"누구의 이익인지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오. 바로 노동자의 이익이니까."
필리쁘 필리뽀비치가 눈을 부릅떴다.
"어째서 자네가 노동자지?"
"이미 알려진 사실이오. 난 네쁘만이 아니니까."
"으음, 알겠네. 그런데 자네의 그 혁명적 이익을 지키는데 있어 주택관리위원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뭔가?"
"아다시피 날 거주등록시키는 거요. 모스끄바에 거주등록 없이 사는 자를 본 적이 있냐고 그들이 말하더군요. 이게 첫번째 일이고,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병적등록증이오. 난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외에도 노동조합, 직업소개소..."
"내가 어디에다 자넬 등록해야 할지 알려주겠나? 이 식탁보에? 아니면 내 여권에? 상황이란 걸 고려해야지! 그리고 이걸 잊지 말게. 자넨 말이야... 에... 음... 말하자면, 자넨 갑자기 나타난 존재, 실험적인 존재란 말이야."
필리쁘 필리뽀비치가 점점 자신이 없는 투로 말했다.
반면 사내는 우월감으로 가득 찬 채 잠자코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자네의 그 주택관리위원회 계획에 따라 등록을 시키고 모든 것을 제대로 만들자면 결국 필요한 것이 뭔가? 자넨 이름이나 성도 없는데 말이야?
"당신 말은 공정하지 않아요. 난 말이죠, 완전히 자유롭게 내 이름을 선택할 수 있고, 그 이름을 신문에 인쇄해버리면 그걸로 끝이란 말이오."
"그렇다면 이름은 뭐로 하겠나?"
사내가 넥타이를 고쳐 매고 대답했다.
"뽈리그라프 뽈리그라포비치." (미하일 불가꼬프, 김세일 역, <<개의 심장>>, 12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