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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들이 모여 불을 피워 주셨어요?
공장장_
2019. 10. 3. 17:26
이후에
송승언
뭔가가 계속되었다
뭔가가 멈춘 뒤에도 뭔가가
지금 나는 보고 있다
내 눈과 입으로
내 손과 발로
뇌로 척추로
깎여 나가는 것들
별 먼지들
사각형 방공호 위의 모닥불 소리
따뜻한 곳에 있으면 나까지 모르게 되고
차가운 곳에 있으면 뭔가를 찾게 된다
뭔가가 계속되었다 뭔가가
멈춘 뒤에도 뭔가가
엔진이 멈춘 뒤에도 엔진이
열차가 멈춘 뒤에도 열차가
사랑이 끝난 뒤에도 사랑이
애도가 끝난 뒤에도 애도가
쇄빙선이 멈춘 뒤에도 갈라지는 유빙 소리가
새가 멈춘 뒤에도 쏟아지는 숲의 정적 같은 소음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뭔가가 계속되었다
내가 멈춘 뒤에도 나의 잔여가
가령 냄새로
또한 소리로
분명히 사물로
아마도 말 파편으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계속되었고
내가 아는 세상이 멈춘 뒤에도
내가 모르는 세상이 계속되었다
세상 좋아지고 세상 어느 부분이 멈추고
가령 우리의 문학이
회전하던 대관람차가
그라운드 위의 축구공이
세상 통째로 멈춘 뒤에도 뭔가가 계속되었다
뭔가가
내가 누워 있을 때
너의 곁에 있을 때
춥구나 추워
말할 입 없을 때
입 썩었을 때
대체 누구들이 모여 불을 피워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내가 도시의 잔해 아니고
내가 자연의 생각 아니라고
살아 그렇게 신앙했었다
이후에는, 이제는
나의 재배치
나란 이벤트
교회가 불타는 이미지만큼
교회의 텅 빈 공간감을 사랑했었다
뭔가가 계속되었다 뭔가가
재 된 뒤에도 뭔가가
그런 이후에
정말로 그런 이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