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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심장의 코트 자락이 끌리는 소리

공장장_ 2019. 12. 29. 02:47

유리코끼리 같아

- 습성 편

 

 

김유림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이


   달려가서


   말의 안대처럼 작은 두 장의 창문을 붙여 주었다 안경을 쓰고 달리는 사람은 쓰고 있는 안경과 쓰고 있는 두 장의 창문을 앞서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달려가서 전해 주고 완전히 멀어 버린 시야는 완전히 멀어져 버린 시야로 가장 먼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이 똑같이 흐릿해서 비 내리는 날의 자동차 앞 유리 같았다 그렇게 뒤로 물러나는 사람은 뒤로 물러나고 계속 달리고 있는 사람은

   고개를 들이밀고


   길을 묻는 사람을 지나


   그리운 사람이 있다는 카페를 지나


   달려가고


   길을 묻기 위해 뒤따라 달리는 사람과

   그리워하다 문득 따라 달리는 사람이


   달리고 있는 사람에게로 달려가서


   창문을 열고

   동시에 외친다


   눈은 듣고

            귀는 펄럭였다


   계속 달리고 있던 사람은


   말의 안대처럼 작은 두 창의 창문을 쉽게 열어 버리고 거기 작은 양초 두 자루를 넣고 불을 붙이자 환하게 작동하는 마음의 마비. 멀리서 쿵쾅대며 심장이 다가오고 눈을 뜨면 오래된 집 안에서 눈 내리는 풍경을 볼 수 잇다 누가 오고 있나요? 마음은 의자에 앉아서 멀리서부터 쿵쾅대며 다가오는 낯선 심장의 코트 자락이 끌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는 심장이 되었나요? 만지작거리는 두 손에 붙들린 머그컵의 손잡이가 미지근해요 붙들었다가 다시 놓으라고 미지근해요 심장의 고개가 주억거리면서 마음에게 최면을 걸고


   창문을 닫고 연주를 하며


   이것은 사랑 연주예요

   눈으로 보세요


   말해 주었으면

   말해 주었으면


   다리가 디디는 대로

   빗물이 튀고 그렇게 달리는 사람을 따라 계속 달리는 사람 계속 달리는 사람 계속 달리는 사람을 따라

   빗물이 튀면서


   오래된 붉은 머그 컵 깨지는 소리

   심장은 건강한 소리

   의자를 끌며 일어나 말의 안대처럼 작은 두 장의 창문이 있는 풍경의 바깥으로

   나가

   눈으로 보는 빗소리를 따라

   뛰어가고 말았습니다


   아 슬픈

   유리코끼리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