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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의 전사, 쓰레기 천사
공장장_
2020. 4. 9. 03:01
"요즘 나는 내가 연마한 기교와 의미의 화폐들을 전부 허비해 쓰레기들을 묘사하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다. 쓰(레)기. 인간은 언젠가 쓰레기가 될 것이다. 쓰레기는 언제나 인간보다 먼 미래까지 살아남기에, 쓰레기가 되는 일은 최종적인 가능성일 수도 있다. 광막한 해변으로 쓰레기들이 떠밀려온다. 해협 저편의 신비를 파기하면서. 욕망의 잔해들을 느슨하게 접속시키며. 최후의 인간을 매립한 뒤 그곳을 부유하는 쓰레기들. 쓰레기들은 전체로 환원되지 않고 분산되며 탈승화된 이질성의 메아리들로 파편화된 채 무람없이 반송될 것이다. 쓰레기들을 주워 자신의 집 안에 보관하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불어난 쓰레기들 속에서 점차 갈변된 시신이 되어가고 있는 환대의 전사. 쓰레기 천사. (...) 한국문학은 핵폐기물이야. 나는 술에 취하면 내 친구들을 상대로 자주 이런 불만을 토로한다. 술은 끊어야겠지. 핵폐기물은 쓰레기를 살해하는 쓰레기, 공간을 불모화하며 쓰레기들 사이에 군림하는 쓰레기다. 문학을 지탱했던 권위적인 욕망들이 모두 좌절되고 해산된 뒤에도 핵폐기물의 형태로 진화한 문학이 쓰레기들 사이에서 사악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면 어떨까. 핵폐기물에 관해 쓰고 싶다. 히스테릭하게 혹은 푸르스름하게 변질된 채로."(양선형, <No-knowing>, <<쓺>> 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