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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의 재잘거림이 쏟아져 나오는 공간이야말로

공장장_ 2020. 4. 15. 17:49

"지금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과도하게 숙의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숙의나 대화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반면, 담합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이습니다. 그런데 실은 좁은 밀실 안에서 소수의 사람들이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숙의와 담합는 닮아 있습니다. 일본에는 이런 유형의 '숙의'가 넘쳐납니다. 폐쇄적인 '숙의'를 에워싸고 있는 벽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대중의 목소리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으며, 대중의 목소리를 추출해내려면 기계적인 처리를 거칠 수밖에 없습니다. 기계적인 처리를 거치면 대중의 목소리는 평면적인 것이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사라지지만 그나마 이런 회로가 전혀 없는 상태로 좁은 숙의가 계속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이것이 저의 취지입니다. 결코 '대중의 무의식에 따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제까지와 다름없이 마치 대중의 무의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세하고, 전무낙의 숙의에만 정치를 맡겨서는 안 됩니다. 정치인이나 전문가만 밀실에 모여서 정치적인 문제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선거철에만 대중이 정치에 참여하는 시대는 이미 과거의 것이 되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보급되어 사람들의 반응이 항상 인터넷을 떠다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새로운 상황을 감안해서 정치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일반의지 2.0>>])의 주장이지, '대중의 의지에 따르라'라는 것이 아닙니다."(아즈마 히로키, <<철학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