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Analrealist

끝으로 인사를 해본다면 안녕 잘 자

공장장_ 2021. 2. 23. 20:27

<건널목의 말>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깜빡이다가 나란히 누워 함께 동면하던 사람들을 그려보았다. 나와 손을 잡고 동면을 하던 사람들 메마른 입술을 하고 있던 사람들. 어느날에는 지금의 나처럼 작은 방에 혼자 누워 있기도 했고 다람쥐와 다른 작은 동물들이 함께하기도 했다. 우리는 모두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 말이 잘되지 않는 사람들 잠을 자면 오랜 시간 해야 할 말들이 자기들끼리 흩어져 스스로 산속에 가 묻히게 될 것이다. 몸을 일으켜 베개를 안은 채로 <CSI>를 다시 보고 왜인지 늦여름의 부산은 아주 많은 여러번의 수만큼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누군가는 늦여름 부산 호텔 침대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나를 보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살며 잠을 자고 가끔 여름을 생각하고 그러다 가끔 나를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다 말았다. 그렇게 또 잠이 드는 것이다.

 

<농구하는 사람>

트랙이 있는 운동장을 걸었다. 나는 걸으면서 오늘 할 일과 내일 할 일들을 생각했다. 걷다보니 불이 켜졌고 이제 열시가 되었다. 그 방식으로 나는 열시를 알 수 있다. 멀리 큰 시계가 있고 여기가 어딘지를 알면서도 가끔 멀리 있는 남산타워를 보며 이곳을 가늠하고 반대로 남산타워가 보이다니 저게 정말 남산타워란 말이야? 생각한다. 매일 농구하는 사람을 생각하고 내가 아는 농구하는 사람은 매일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말로 매일 농구를 하는 어떤 사람을 생각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고민해보아도 떠오르지 않는 정말로 매일 농구하는 사람의 이름은. 그리고 해변을 뛰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는 자막과 함께하고 흰 개도 자막과 함께하고 말하세요 당신이 백 번 말하게 될 것을. 말하세요 당신이 천 번 말하게 될 것을. 우리는 말하고 우리는 듣습니다. 우리는 만들고 우리는 이해합니다. 걷가가 뛰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느린 사람들 말하세요. 외치세요. 혹은 주저하세요 주저하면서 자신 없이 말하세요. 나는 폐를 끼치고 싶습니다. 나는 사람들이 나를 돕게 하고 싶습니다. 오늘도 많이 걸었고 그런 생각들은 씻고 나와 잠자리에 들기 전 떠올랐다. 말하세요 계속 말하세요. 걷다가 어둡고 경사진 골목에서 한 건물만 불빛을 밝히고 있을 때 이런 것만을 계속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가도로와 그 밑을 지나는 택시와 지면과 차의 불빛과 닫힌 건물과 셔터를 내린 가게 안의 종업원과 그 사람의 이름도 생각했다. 어두운 건물 혼자 불을 밝힌 방에서 청소를 하고 또 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그 사람은 어디를 가려고 하고 있다. 어디를 어딘가를 어딘가만을 계속해서 가려고 계획하고 있다. 그 사람은 여기가 어디인지를 너무나 정확히 알아서 어딘가만을 계속해서 계획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말하고 그것을 나는 듣는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이 분명한 것이 되어 남는다. 나는 그곳에서 눕고 잠을 자고 일어나고 걸었다. 끝으로 인사를 해본다면 안녕 잘 자. 나도 자는 것이 무척 중요했다.

 

<펄럭이는 종이 스기마쓰 성서>

우리는 한시간도 채 못되어 일어나 지나가다 본 까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셨다. 생각하는 것과 하는 것은 달라. 마리아는 힘들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고 그런데 힘이 들고라고 말하며 웃었다. 습관처럼 머리를 넘기는데 상한 머리카락이 잘 다듬어져 손가락 사이로 기분좋게 빠져나갔다. 나는 너를 좋아해 네가 정말 잘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손을 붙잡고 말하고 헤어졌다. 호텔로 다시 돌아와서는 다음번에는 누구를 만날 일이 없어도 별 계획이 없어도 편한 옷을 챙겨야 할까봐 생각했다. 욕조에 몸을 담그고 나는 꿈을 너무 믿는 것 같아, 꿈이 나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어디선가 동아줄처럼 내 눈앞으로 뭔가가 내려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그래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사람이 되기는 하지, 포장된 새 소시지를 뜯는 것 같은 새로움. 여전히 잠과 꿈에 대한 믿음을 그대로 가진 채 몸을 닦고 머리를 말리고 바를 것을 바르고 입을 것을 입고 침대로 향했다. 나는 얼른 자고 싶었고 그래서 굿나잇 잠이 든다.

 

<매일 산책 연습>

최명환의 이야기를 다 듣고 다시 잠을 자려 침대에 누웠다. 가끔 잠이 오지 않을 때 눈을 감고 길을 걷는 생각을 했고 이것을 가상 산책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날도 눈을 감고 산책을 했다. 중앙동을 걷다가 남포동에 진입할 즈음 멀리서 대교와 바다가 보이고 나는 오른편에 있는 부산데파트에 이르고 거주민처럼 터덜터덜 문을 열고 들어간다. 계단은 미문화원처럼 오래된 계단 오래되고 잘 닦인 계단을 올라 복도를 지나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래층과 대각선 아래층이 보이고 가끔 집 앞의 화분과 복도에 널어놓은 이불이 보이고 열쇠로 문을 열어 대부분 번호 키로 바뀌었지만 내가 여는 집은 여전히 열쇠를 사용하여 그 열쇠로 문을 열어 손잡이를 열고 방문을 열고 언젠가 내가 살았던 집 같은 공간의 구조를 그려본다. 초여름의 오후이고 창에서 들어오는 햇볓 아래 나는 누워 있고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에 내가 살고 있고 나는 그 옆에 정답게 눕는다. 그러면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