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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나는 걸요 이빨이 깨질 듯이

공장장_ 2022. 8. 15. 15:47

천 번 웃는 기쁨

                                                                  - 유계영

 

잠자리채와 가짜 총기 사이를 살짝 쥐어보는 비눗방울의 순응

풍경에 대한

 

부드러운 피부에 둘러싸여 살죠

누구나 자신의 턱 밑을 탈탈탈 긁고 싶어지니까

 

아름다운 소음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동전 없는 나라였다면 음악이 있었을 리 없죠

 

저기

발바닥을 벗으려고 어린이가 달려옵니다

목소리를 터뜨리면서

 

넌 왜 비실비실 웃니?

친구가 엉엉 울었던 일은 엉엉 울었던 일 속에 두고 왔고요

미끄럼틀에 호랑나비 앉았다 간 일은 미끄럼틀에 두고 왔어요

 

웃음이 나는 걸요 이빨이 깨질 듯이

 

저는 건강하답니다

캘리포니아산 오렌지처럼요

캘리포니아산 아몬드처럼요

 

 

 

만나요

 

 

우리는 전쟁기념관에 갈 거예요.

전쟁을 겪지 않은 부모의 첫째 딸들이지만.

우리에게도 옛날이 생길 거예요.

선박 같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남자애들처럼요.

얼굴 가득 옛날 자국 생긱 거예요.

 

지나간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궁금한 것이 더 있어야 했죠.

귀신의 물체가 선명히 보여야 하고

슬픔이 어둑어둑 몰려와야 했습니다.

골목 끝의 신발 한 짝이 닳고 닳을 때까지

바라보아야 했어요.

 

하지만 들놀이 나온 걸요. 자꾸 뛰고 싶고 자꾸 웃고 싶고

들판이 무서운 속도로 열리는 걸요.

손바닥을 펼치면

 

세포들

 

마음은 어디에 있는 관官이냐고 물으셨죠?

아름다워서 탈 많았던 긴 송곳니를 밤새 닦도록 했어요.

 

우리는 전쟁기념관에 갈 거예요.

빛나는 송곳니를 전신주처럼 세우고 옛날 애들이 될 거예요.

갑각질의 곤충들이 모닥불 속에서

짧은 뿔을 내밀고 있어요.

 

탁탁 터지고 있어요.

만나요.

 

 

 

정수 찾기

 

 

얘가 밥도 안 먹고 어딜 간 거야?

어머님 그 애는 빙하 타고 서울 갔어요

 

빙하는 2030년 완전히 녹는다 이젠 "늦었다"

그런 기사를 읽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게 아무 것도 없으면 그땐 정말 끝일 걸

고개만 숙여도 눈물콧물 쏟아질 것 같은데

책도 안 읽고 어른 봐도 인사 안 하는 게 자연의 자세다

 

북극곰아 "미안해", 전기사용 줄일게

또 다른 기사의 헤드라인 때문에 웃고 말았다

나는 엉터리가 좋은데

자연은 동네 공원에 많거든요 기계는 내 몸에 많구요

맑으면서 끝없으면서

너랑 빈둥빈둥 정수 찾기 한다

 

빙하를 타고 떠난

끝없이 녹고 있는

 

눈사람의 정수는 당근 코에 있고

우산의 정수는 꼭지에 있어

뒤통수의 정수는 표정에 있고

 

못의 정수는 대가리에

그렇다면 문제는

개의 정수가 꼬리냐

꼬리의 정수가 개냐

 

그리다 만 낙서에서 너의 개는

엉킨 선 한 줄로 표현되어 있었는데

완성된 그림이었대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 게 자연의 자세

 

고대 시계의 정수는 현대 빙하에게 넘어가는 중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연인에게

이제는 늦었어 말하는 쪽이 나였으면 헀지만

 

그렇게 안 됐다

천천히 걷는다 구름 다 지나가고

버스가 나를 태우지 못하게 하기 위해

너의 뒤통수를 보기 위해

꼬리를 밟으려고

정수를 찾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