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얼굴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음악 이전의 책 - 백은선
왕의 노래는 침묵으로 가능해진다 눈사람, 단단하고 차가운 것 음악은 시작될 것이다
손끝에는 타다 남은 재
하나씩
음계를 밟고
사라질 것
여왕은 악보를 읽지 못해요 여왕은 점심과 저녁 사이 빈 시간이 너무 길다 기울어지는 그림자의 속력 두 눈에 가두기엔 너무 작다
이런 방식은 지루하다
이런 것은 뻔하고 저열하지
나는 잔뜩 준비해 두었는데 이미 없는 것과 앞으로 없을 것을 전부 가졌는데
거짓이 쉽습니까 언 것이 녹는 것입니까
시작해야 합니까
음은 돌아온다 유리병과 눈밭, 굽어진 고가도로를 지나
음은 한 번 흩어지고 음은 두 번 부서지고 음은 세 번째에 소거되며 음은
왕이라는 허물, 왕이라는 병
알 수 없다고 말하기 위해
긴 베일과 가죽을 벗긴 꼬리, 닫힌 문을 만들어 낸다
아름다운 온도구나
감히 써 보았습니다
눈과 불 눈과 불 눈과
점괘를 손에 든
잿빛 하늘이 낮아진다
진탕의 음색은 구름의 것 새로운 관객을 초대하는 것도 귀 기울이는 초록을 막아내는 것도 전부 구름의 것
천둥과 번개 두 다리뿐인 벽 뒤의 여왕 유의미한 건축 양식입니다
창밖을 보십시오
언젠가······눈이
오는군요
하나씩―음계를 밟고―사라질 것
시끄러워 죽겠어요 시끄러워서 식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누가 왕을 잡아 넣을 수 있습니까≠한 무리 기린≠한 무리 기린≠한 무리 기린
감히
더 쓸 수 있겠습니까
잿더미를 뒤적이는 손들
눈과
불
잊히는 음 잊히는 창 잊히는
············더 잊을 것이 있습니까?
여왕은 부엌을 사랑하는 만큼 부엌을 갖는다
왕이 왕인 것과 같다
더 이상 밀 곳이 없을 때까지
붙들린
입술들 무릎이 꺾인 밤의 목소리 눈의 시속 눈과 알 수 없는, 여왕//여왕이 여왕 이전에 가졌던 계절
빈 얼굴이 마지막까지
지키려 했던
색
이런 방식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