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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생선이 되는 바나나
공장장_
2017. 10. 29. 13:46
바나나의 웃음
최호일
바나나를 오전과 오후로 나눈다
바나나를 밤과 낮으로 나눈다
바나나를 동쪽과 서쪽으로, 만남과 사소한 이별로, 여자의 저녁과 남자로
나눈다
바나나로 세계를 나눈다
불안해지는 바나나
드디어 생선이 되는 바나나
왼쪽 바나나가 사라지고
바나나의 미래가 사라졌다
아 바나나 하고 웃는 바나나
바나나
네가 있는 곳을 알려줘
피자
최호일
열두 마리의 개가 피자를 끌고 간다
개와 피자 사이에서는 오래 묵은 신뢰 같은 것이 있다
개를 보려는 것도 아니고
피자를 보려는 것도 아니고
개가 피자를 끌고 가는 것을 보려고
햇빛과 나무로 된 사람들이 연도에 몰려 있다
그중에는 오른쪽 기억을 약간 다친 여자도 있고
피자가 개를 끌고 가는 날이 오겠지 생각하는 남자도 있다
사랑이 그리운 사람들은 피자 한 판 보내주세요
전화를 건다 아니다
배가 고픈 사람들은
개가 피자를 끌고 가는 것을 보려고
밀레가 만종을 그릴 때 갑자기
개가 피자를 끌고 가는 장면을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들판에 서서 기도하는 여자는 배가 몹시 고팠는지 모른다
제발 피자 한 판 주세요
개가 끄는 피자를 주세요
나는 다만 연도에 서서 박수를 치고 있을 뿐
박수 소리를 은박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놓았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