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 광증의 사례
주기적 광증의 사례
헤르만 클로송에게
- 앙리 미쇼 (최성웅 역)
제 1장
그는 자신이 말도로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브라카드바르가 조물주를 추격하였다. 조물주는 잔혹한 적들을 맞이한 게들마냥 규산질 해면 속으로 숨어들었다. ― 이미 알고 있었기에, 세상 그 어떤 물살이나 가파른 산꼭대기 암벽으로도 (적어도 내 생각에는) 결코 막을 수 없던 자의 집요한 눈빛과 정열이 어떠한지를 겪어 보았기에, ― 그는 자신이 노예 신분에 가까운 개들이 우글거리는 인간 자치령 안에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파멸을 맹세한 자의 과업을 실팍한 혀로 치하하는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곧 가슴 속에서 자신의 심장이, 못 박는 쌍두망치마냥 후려쳐대는 것을 감지한다.
그는 가까이 다가와, 사다리꼴을 이룬 정어리 떼를 상어가 가로지르듯, 요란한 움직임으로 겁에 질린 청중을 헤쳐놓고서, 준마의 날렵한 엉덩이 위로 인간을 실어 나른다.
오! 인간이여! 탄력 없는 강철 덫에 고환을 물려 꼼짝도 않는 호랑이보다 소름 끼치는 너로구나, ― 모두 알다시피 ― 네 거짓 울음은 격정의 쾌락에 힘입어서만 내게 다다를 따름이다.
누가 과연 이 입에서 또박또박 나온 소리라고, 높은 부벽이 지탱하는 입천장에 네 삽가량의 회반죽을 바른 데서 발화되었다고 주장한단 말인가. 내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는 긴 바늘로, 튼튼하고도 가느다란 삼이 네 입술을 단단히 꿰맸다. 왜냐하면, 철학자가 이 형용사들의 상반됨을 주장한들 ― 더 하찮은 논쟁을 일삼는 비평가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 아! 그 끔찍한 억측으로는...
독자여! 현명한 내 말을 들어라. 쇠테 두른 술통을 향해 기어가, 네 지하실의 가장 깊숙한 곳에 몸을 숨겨라! 항의하는 너의 어렴풋한 메아리조차 내게 이르지 않도록 하라! 필요하다면 술책을 부려서라도, 너의 집 회랑 가까이 내 복수심을 포석하리라. 높이뛰기를 준비하는 메뚜기처럼 조용히 가르랑거리며 교묘히 네게 다가가, 세 배는 더 날카로운 턱뼈를 즉각 훌륭한 성문 안으로 쑤셔 넣고, 오랫동안 갈망한 질 속인 양 매진하여 의사들이 흡족해하는 내장을 떼낼 수 있으리라. 이것이 나의 가정이니, 그들이 갈기갈기 찢긴 환자들을 헤아리든 말든 나는 심지어 여유롭도다. 왜 아니겠는가!!
내 뻔뻔한 언사의 솔직함을 신뢰하지 마라! 네 이웃들이 네게 아무리 고약하게 굴었다 할지라도, 전갈의 자식은 너를 동류로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 아무리 기억의 동굴을 지하 깊이 파고들어 가더라도, 자신이 인간을 조상으로 삼았던 때를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2장
목덜미 위에다 연철을 발라 새로운 인격이, 소녀의 인격이 솟아난다. ― 두통, 감각과 기능의 불균형 (좌뇌의 우위), 초심리적 현상들, 감수성에 대한 통찰과 표출
오늘 아침 그는 참 고약한데!
그가 원하는 건...
아얏! 아얏!
(불안해하며)
그렇게 세게는, 그렇게 세게는 밀지 마.
그는 나를 쓰러뜨리길 원하지
털 이불에,
더 심하게는 거적에다.
빨리! 빨리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빨리!
히! 히! 히!
봐, 내가 말했잖아.
이젠 너무 늦었어, 나는 나사가 풀렸어.
배 수술을 할 때, 그러니까 한 달 전에,
의사가 빗장 채우는 것을 잊었어.
이제 나는 완전히 나사가 풀렸다고!
내가 규방을 통과할 때, 도금된 중
아! 내가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두드리는데
중 돌아간다, 중 돌아간다,
중 돌아간다.
결가부좌의 도금된 중
배꼽과 벌어진 궁둥이
한꺼번에 보여주는데.
아냐!
오, 아냐! 그건 절대 아냐! 앉은뱅이는 안 될 거야.
다들 늙은이야, 정말 늙은이라고,
손수건처럼 구겨진 얼굴에
또 그 위로 한데 엉긴
억센 털 좀 보라지.
(만족해하며)
왜 그런지는 잘 알지,
손으로 코를 풀어서 그래.
완전히 털로 뒤덮였어,
눈도 입도 귀도 더는 보이지 않아.
이탈리아 거리에서 연필을 파는 사람
머리 모양새 하고는
새우랑 꼭 같은 머리지.
(겁먹어서)
다리털이,
그렇다면,
면상으로도 올라오려나?
(고통스러워하며)
오! 누가 나를 아프게 하는 거지?
누군가 함석판으로 내 머리 양쪽을 짓누르고 있어.
구둣주걱으로
너무 작은 장화를 신으려는 것 같아.
내 머리에다 신을 신기려 하다니!
내 머리에다 조롱하려고,
물주전자를 신기려 하다니!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의사가 말했어.
"아플 때, 프랑스 왕들 중 하나로
다섯 문장을 만들어보세요.
더는 어떤 느낌도 나지 않을 겁니다.
― 릴리도 그럴까요?"
(초등학생처럼 암송하면서)
내가 아프면 릴리도 아파,
릴리가 아프면 나도 아파.
바다에서, 릴리가 팔이 부러졌을 때
나는 그 순간 아픔을 느꼈어,
그리고 팔이 부어올랐지.
릴리가 큰 소리로 말 안 해도
속으로만 말해도
나는 다 이해했지.
누가 릴리와 나 사이에 있으며,
누가 아파하고, 누가 우리 말을 따라 하며,
누가 릴리에 대해서 결코 아무 말도 하지 않을까.
(거드름 피우는 ― 늙은 여자의 목소리 ― 그러자 그가 웃는다)
이 사람은 그렇게 영리하지 않아요!
빨리, 다섯 문장.
샤를마뉴 대제가 가장 쉬워. 그는 많이도 죽였고,
많이도 전쟁을 했지.
"샤를마뉴 대제는 색슨족을 쳐부쉈어. 한 문장!
그는 비트킨트에게 세례를 주었어. 그는 글을 쓸 줄 몰랐어. 세 문장!
그는... 겨울에... 로마에 있었는데... 교황한테 왕관을 받기 위해서였어.
그가 한 것은 (한 문장 더!) 그가 태어난 것은 칠백... 아냐!
그는 팔백 년에 죽었어, 죽었어, 팔백..."
(그는 경련을 일으키듯 몸을 흔든다. 갑자기 멈추더니, 관자놀이와 왼ㅉ고 눈 부근 이마를 쓰다듬는다.)
(고집스럽게)
이제 안 찾아.
이제 절대 안 찾을 거야.
(괴로워하면서)
애벌레가 더워선 안 돼.
애벌레가 부푸네, 부풀어!
내 잘못이야. 이게 다 연도 때문이야,
머릿속이 너무 뜨거워.
그런데 어떻게 애벌레가 눈동자 위쪽
혈관 속으로 들어갔을까,
왜 거기서 앞으로도 뒤로도 안 가는 거지?
(거칠게)
그런데 애벌레가 아니었어.
내가 거꾸로 삼켜버린 마카로니야.
그게 거기까지 올라간 거야. 다시 내려오려 하질 않네.
그래서 그토록 기침을... 저녁 식사에...
(격하게)
팔백십사 년이야! ― 다섯!
그는 태어났고, 그는 팔백십사 년에 죽었어!
(경련)
제3장
그는 자신이 선사시대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이집트, 중국. 이런 명사들에 그의 무지는 반복되고 절대적인데, 조금도 거짓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어휘가 달리 줄어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는 기존의 어떤 고유명사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특징 : 오른쪽 팔만큼이나 왼쪽 팔을 사용하는 동작이 많고 다리 또한 표현이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