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Analrealist
문학+법=법
공장장_
2017. 12. 16. 22:14
"잘 쓰는 것, 좋은 소설을 쓰는 것. 나는 이십대 내내 삶이 망해도 좋으니 걸작을 쓰겠다, 몰이해, 가난, 몰락, 실패 등에 개의치 않고 아니, 오히려 그것들은 동료이며 내가 문학적 영웅으로 생각한 이들의 길이니 그들과 철학자, 비평가 들이 뿌려놓은 언어를 따라 위대한 작품을 쓰겠다고 생각하며 도서관과 집, 카페를 오갔는데, 그 과정들이, 소설을 쓰기 위한 일종의 노동이 문학이라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저임금 노동이었다는 생각이 최근 갑자기 들었다. 비판 정신, 몰락, 실패, 소외, 소수자적 의식, 심연, 진리, 윤리, 고통, 이 언어들은 작가(지망생)들을 시스템에 봉사하게 만드는 일종의 열정페이라는 사실, 문학과 이론은 아카데미와 국가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며 그러한 체제 내에서 체제를 견제하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사법부 정도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 그러니까 문학은 현실이나 시스템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사법부는 내부 고발이나 비판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문학+병=병이라고 썼다. 바꿔 말하면 문학+법=법이다."(<All good spies are my age>, <<문학과사회>> 2017년 가을호, 정지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