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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공장장_ 2017. 12. 27. 15:37

"내가 보기에 살림/살이 경제(학)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 되는 원리는 '인간 존재의 전면적 발전'이다. 이는 단지 돈벌이 경제가 지배하는 현실에 대한 케케묵은 도덕적 '비판'의 차원에 머무는 부정적인 원리도 아니며, 또 '욕망에 대한 부정'이라는 소극적 원리도 아니다. 이는 사람을 쾌락과 고통의 계산기이자 선택자로 상정하는 돈벌이 경제의 인간관 - 몸뚱이가 붙어 있다는 것 말고는 사실상 고스톱 게임 프로그램과 똑같은 존재로 보는 사고방식 - 과 단절한다. 대신 스스로의 존재 안에서 스스로의 삶의 의미와 활동의 목적과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활동하는 능동적인 존재, 즉 삶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상정하고 있다. 따라서 그(녀)에게 있어서 경제의 문제, 즉 살림/살이의 문제는 '어떻게 수단을 확보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어떻게 더 확장하고 발전시킬 것인 가가 된다."(<<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홍기빈)

 


// 홍기빈 선생의 저서/역서를 읽고 있자면 경제학개론 수업을 아무 의심 없이 들으며 달달 외워 성적 받은 자신이 좀 부끄러워지는데, 물론 그보다는 이미 대학가에서 맥이 끊겨 전혀 다른 식으로 신화화 된 마르크스의 '붉음'(?)이 수업 때 보았던 숫자나 그래프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하나씩 알아가는 쾌감이 압도적이다. 새내기 때 자본론 빌렸다 반납하고 다시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을 빌렸다 또 그대로 반납한 나에게는 이만큼이나 지나 처음으로 경제학이 뭐 하는 학문인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되어주었으니 거의 감사할 정도다. 폴라니를 조금 훑은 다음에는 베블런으로 넘어갈 것이고 그 다음에 초기 사회주의자들에 대해 공부할 것이다... 길게는 2년 정도 바라보고 있는데 아마 그 전에 관심사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관련해서 들었던 교양수업 중에는 유토피아의 역사란 수업도 있었는데 그걸 좀 더 열심히 들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내가 썼던 기말 레포트는 프루동과 크로포트킨에 관한 것이었군. 각설하고, '돈벌이 경제학'과 대비시켜 '살림/살이 경제학'의 부흥 (혹은 복권)을 도모하는 저자의 생각을 조곤조곤 듣는 데에는 좋은 책이다. 다만 결론 격인 4장의 힘이나 밀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아쉽다. 문제는 살림/살이 경제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입증하는 것보다 현 상황에서의 변화가 어떤 식으로 가능할지/가능해질지 상상 혹은 논증하는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