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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쟁취하고 고독이 앞장서는 사랑의 최전선

공장장_ 2018. 2. 23. 15:31

서푼짜리 시

 

 

박정대

 

 

  세상이 거대한 관공서 같다면 관공서 문을 열고 햇살 환한 거리로, 광장으로 담배 피우러 나가듯 키르기스스탄으로 가자


  그곳은 고독이 눈발로 흩날리는 곳


  관공서의 문을 열면 거기는 이식쿨 호수 뜨거운 가슴들이 모여 있는 물의 광장


  창문을 열고 키르기스스탄의 골짜기로 떨어지는 눈발굽의 소리를 듣자


  바람이 몰고 가는 세상의 음원들 물음표 같은 우리의 귓바퀴에 한 짐 가득 모아 두고 기나긴 겨울밤이면 시래기 된장국 끓이듯 조금씩 끓어오르는 내면의 음원을 듣자


  세상에서 내가 발견한 음원의 원소주기율표를 그리다 보면 새들이 몰려와 마음 가득 폐곡선을 그리며 지나기리니 고독은 한 양푼의 비빔밥


  고독을 비벼 먹으며 한겨울을 나자


  이상 기후의 날들 속에서도 나의 담배 연기는 오롯이 검은 밤의 비파를 연주하리니 어둠이 무너지며 쌓이는 인간의 골짜기마다 음악은 함박눈의 증거로 남으리니


  침묵이 쟁취하는 위대한 고독


  고독이 앞장서는 위대한 사랑


  침묵이 쟁취하고 고독이 앞장서는 사랑의 최전선에 삶을 두자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냉혹과 멸시의 땅에 한 줄기 담배 연기를 깃발처럼 펄럭이며 한 나라를 세우면 그 나라의 밤을 온통 덮으며 달려오는 순결의 눈발굽 소리 들리리니


  여기는 서푼짜리 고독의 땅


  고독의 별 아래 날마다 새로운 음원이 탄생하는 땅




// 다른 사람의 것일 때만 행복한 착/찬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