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
하혜희
관 뚜껑 열고 나왔더니 밝다
벌레들이 흩어졌다
비탈에 무릎 꿇고 오래 오줌 누고 싶었다
너도? 너도, 너도
공산......
흙을 뱉으며 우리는 도시 쪽으로 걸었다
새떼가 따라왔다 연기가 올랐다
슬픔이 없어서 좋았다고 지금은 떠올린다
떨리지 않네 떨리지가 않네
그것은 옛 생물의 몸통이었고 그것은 옛날에는 잎사귀
그것은 이제
천국에 계실 분들
이끌어 주세요 청원해 주세요 엎드려 빌기라도 하세요
큰길 복판으로 우리가 팔 흔들며 지날 수 있도록
천국에서 아무 말씀도 없으셔 좋다
아무것도 낳지 않을 거라고 우리는 목청껏 불렀다 지금은 배가 없고
목구멍도 없다 그것을 손에 넣으러 가는 길
없어서 좋았던 것들
강물이 정적 속에서 철교가 정적 속에서
눈구멍을 더듬으면서
우리가 전설이 되지 않을 것이라 속삭였다
썩은 손 따라 함마가 옮겨졌고
눈물을 부숴 버릴 거야, 지하의 옛집으로 가는 길을
우리, 서로에게 자세를 잡은
우리를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를 너무 많이 봐 우리가
우리처럼 되었는지
훔칠 수 있는 건 모두 훔쳐서 태울 수 있는 것 모두
우리는 당연히 타면서
차가운 날을 걸고 눌렀다, 식은 연장 아래서는
작은 생물들이 빠르게 나오네, 나와 달아나네
망설이다 놀랐다, 보다 좋은 다음이 그때 떠올랐다고
지금은 떠올린다
길고 큰 정적 속에서
너희를 데려가면서, 새들아
악마 같은 감정 하나를 얻었다 금을 녹이는 기쁨
떨리지가 않네 떨리지를 않아
네거리 바닥에 대고 외치고 싶었다 다 끝났다고
다 끝났다고
없는 눈으로 돌아보며면
물 쪽으로 빛이 밀렸다
옛집으로 가는 길은 이제 끝없이
이 소리를 멈춰 주세요, 하고
우리는 얼음을 깨물며 자루에 기대어 있다
- <<더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