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밤 여러명의 여행자가
-287번의 매질
자끄 드뉘망
어느 봄밤 여러 명의 여행자가
우리 집을 찾아왔다
나는 몇 시간째 끓을 물을 바라보며
시를 한 줄 쓰고 불을 켜야지
시를 한 줄 만
시를 한 줄 만 쓰고 불을 켜야지
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끓는 물에 넣을 달걀과 소금도 잊은 채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여러 명의 여행자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서 있다
어깨를 흔들며 다가오는 몸짓
겨울공원을 건너왔다는 말
그리고 달력을 넘겨보는 손
물은 계속 끓고 있다
나는 아직 시를 한 줄 쓰지 못했다
나는 그들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고 싶다
달걀을 끓는 물에 넣으며 떠는 손
소금알갱이를 끓는 물에 던지며 웃는 얼굴
그만 불을 끄라는 목소리
달걀껍질은 내가 까줄 것이다
어느 봄밤 여러 명의 여행자가 왔고
나는 그들과 함꼐 달걀을 먹었다
시의 오토마티즘과 스펙타클에 대해 논하며
밤을 보냈다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잠들기 전 그들은 지빠귀처럼 합창 했다
그들이 아침까지 남아 있었으니
나는 여전히 시를 한 줄 쓰지 못한 상태로
초록색 나물로 덮인 밥을 지어놓고
그들의 잠든 얼굴에 물방울을 하나씩 심어준 뒤
어느 봄밤을 떠올리는
한 명의 여행자가 되어
집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