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만들어진 공원
이수명
집을 나서 편의점에 들른다.
사이다도 사고 삼각김밥도 사고 자일리톨 껌도 산다.
공원에 간다. 공원에 간다. 묘책이 없는 공원
그날 모래가 날리는 공원에서 너는 다음주에 보자고 했지
모래 때문에 말을 멈추었지 너의 입에서 모래가 흘러나왔지
껌을 씹으며 걸어간다.
다음주가 되면 너는 다시 다음주에 보자고 했지
껌이 온통 바닥에 들러붙어 시커먼 길
신발을 망치고 산책을 망칠 것이다
공원에 가지 않으려 했는데 머리 위의 구름 한 점을 따라 걸었는데 벌써 공원이 보인다. 공원이 나타난다.
새로 만들어진 공원에서 그날 너는 다음주에 놀러가자고 했지 공원보다 멀리
그리곤 공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화를 냈지 공원이 움직인다고
나는 한숨을 쉬고 껌을 뱉었다가 다시 껌을 씹으며 걸어간다
너는 멈추지 않았지 공원이 뒤틀리고 있다고 모두들 똑똑히 보라고
공원을 보라고
나는 너를 끌어내고 너의 팔을 붙잡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공원이 조성되어서 기쁘다고 했지
공원이 온다. 공원이 온다.
공원을 시작해서 기쁘다.
먼저 공원 안으로 들어간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고 나무와 나무를 합한 것이 공원이고 공원과 공원을 합한 것이 이 새로 만들어진 공원이다.
바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나무들이 타는 냄새가 난다.
그러나 냄새는 곧 사라지고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
나무의자나 돌의자 어디에나 앉아 사람들이 새 공원 얘기를 나눈다.
너는 다음주에 아주 멀리 가자고 했지 죽으면 안 된다고 했지 여기서는 죽어도 된다.
벌써 공원 안에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손에 개줄을 잡고 개를 데리고 있다. 개들은 모두 꼬리를 달고 있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걸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