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
류진
순서대로 접어주세요 붉은 색종이는
튤립입니다 겹겹이 말아 올린 촛불처럼
귀퉁이를 이렇게 오리고 금종이를 뿌려주세요
용암입니다 흘러내린 식탁보처럼
빨간색이 없다면 파란 종이로
마음이 없다면 축축한 혀로
푸른 용암이 얼마나 많은 돛을 거느리는지
얼마나 많은 유리알이 얼음 속에 떠 있는지 네 눈동자에
내 형상이 지쳐갑니다 검게 검게
칠해봅시다
껌종이를 잔뜩 구기세요 손끝으로
다시 펴세요 뭉게뭉게 피어나는 문조의 영혼
씻어둔 컵라면 용기는 빙하로 말라갑니다
눈밭에 갉아먹힌 수수깡처럼
지옥에 두고 온 빛깔처럼
꽁무니에 대기를 이렇게 후후 불어넣어 줍니다
그럼 망아지랑 맑음이랑 문둥병이 걸어가지요
마지막까지 아껴 만든 생명은
열대펭귄입니다 그 펭귄은
나찰처럼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