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이라는 미래

 

 

김행숙

 

 

  오늘도 오웰 강은 흐르고......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의 작가가 되기까지 오웰 강에 자주 던져졌던 아서 블레어의 그림자는 흐르는 강물을 따라 흐르지 않았다. 흐르는 강물이 가져가지 않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그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히곤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생은 흐르는 강물 같다고들 하는데, 인생의 밑바닥은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1차, 2차, 3차, 4차 산업혁명이

  차례로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깨진 유리창을 교체하듯이 풍경을 갈아 끼웠다. 흐르는 강물에 번호를 매긴다면, 옷감을 끊어서 팔듯이 흐르는 강물을 끊어 가격을 협상한다면, 저물녁에 보랏빛 강물을 바라보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절벽이다.


  조지 오웰은 1948년에 1984년을 집필했고......

  1950년에 죽었다. 1984년은 저녁마다 기침과 가래와 피가 끓었던 나의 벗 오웰의 휘어진 그림자가 가닿았던 가장 먼 미래...... 그러나 동지여, 나는 1984년, 1994년, 2004년, 2014년을 10대, 20대, 30대, 40대의 모습으로 한국에서 살았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사람들은 낡은 라디오처럼 지지직거리는데, 흐르는 강물도, 흐르는 시간도 가져가지 않은 것들이 그대로 굳어서 어느 고집 센 노인이 짚고 선 지팡이처럼 미래의 안개 속에 꼿꼿이 서 있네. 그것은 유령보다 단단해서 만져지네. 아아아...... 그리고 1984년이 누군가 읽다 만 새 책처럼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지금 막 노트를 한 권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미래에......

  이 노트는 너를 위험에 빠뜨릴 거야. 오웰이 속삭였다. 노트가 의심을 살 만한 물건이라면 우리는 의심스러워지고, 의심스러워지면 더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계속, 계속되는 것, 깊어지고, 깊어지는 것, 너의 삶은 뿌리째 흔들린다. 아니야, 아니야, 너는 계속 부정만 하고 있다. 미래는 현실도 아닌데, 아닌데, 어떻게 미래를 인정하느냐...... 또 어떻게 미래와 투쟁하여 벌써 이기고 진단 말이냐......



Posted by 공장장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