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른
조혜영
금성이 저녁 하늘로 돌아왔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익숙한 냄새가 공원을 가로질러 나에게 왔다 시간과 날짜가 달라질 경우에는 약간씩 움직여봐
달과 맺었던 관계가 떠올랐다
벤치에서 몸을 가볍게 접었다
만약 사랑이란 걸 정의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어떤 담배나 희귀한 종류의 개라면 낭만적인 소설들로 짜깁기한 교복을 입혀 달콤한 팔뚝을 빨아먹을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동쪽을 향해 얼굴을 들면 습기 없는 구름이 의무감 없이 흩어지곤 햇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작은 발을 가지고 싶지만 발에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듯이 흰 목덜미를 사랑하는 게 큰 문제는 아닐 거다
별들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들이 우아하게 흩날리는 안개에게 한 달에 한 번씩 보고 싶은 동물을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고체도 기체도 액체도 아니어야 한다고
백화점을 다섯 시간 동안 돌아다녔다 기성품을 고르는 일은 즐겁지 않다 조심스럽게 미친 여자이거나 최선을 다한 거짓말은
안쪽에서 움직였다 과한 피로감이 왔다
혀를 내밀어 거리를 둔다 얼굴을 붉히거나 몸이 뜨거워지는 당황스러움
피크닉
조혜영
냅킨을 쓰고 메추라기의 배를 가르자 핑크빛 돼지들이 푸드득 날아올랐다 어떤 도구가 나를 바꾸는 걸까? 세모와 네모가 정기적으로 흩어져서 모든 동물들과 교미를 한 후에는 슬프지, 인공적인 빨강이나 현실적인 녹색처럼
토실토실한 우유 한 모금이 푸르고 신선한 아파트에 대해 중얼거렸다 억양이 있어서 듣기 싫었고 실토한 마음들이 잘못된 계약에 의해 보슬비를 걸쳤다
끈적이는 얼굴에 흠집을 내면 좋겠어 청바지처럼 되지는 않겠지만 몇 개만 있어도 특별해질 거야 두근거릴 정도로 세련된 언푸드(unfood)들이 목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음미하고 후회하는 것, 참지 않는다
하고 있어
오리 한 마리를 가슴에 붙이고 화장하는 여자를 협박,
가능성에 의해 움직이는 얼룩말이 피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사냥할 줄 모르는 고양이랑은 안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