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구는 첫 몸짓들을 유발했고, 정념은 첫 목소리들을 토해내게 했다. 이러한 구별에 따라 사실들의 자취를 더듬어가다 보면, 아마도 지금까지 사람들이 생각해온 것과는 아주 다르게 언어의 기원을 추론해볼 필요가 생긴다.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고 있는 동양 언어의 속성을 살펴볼 때, 그 구성 과정이 학습적으로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 언어는 생생하고 비유적이기는 하나 체계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사람들은 최초 인간들의 언어를 기하학자의 언어로 여기는데, 우리가 보기에는 시인의 언어였다.

   그게 틀림없을 것이다. 사람은 추론하기보다 느끼는 것에서 시작했다. 사람들은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말을 발명했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런 견해에 수긍할 수 없다. 처음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일으킨 효과는 사람들을 떼어 놓는 것이었지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아니었다. 인종이 퍼져서 지구에 인구가 속히 번식하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류는 지구의 한 곳에 밀집했을 것이고, 나머지 지역은 무인지경이었을 것이다.

   그런 사실 한 가지만 미루어보더라도 언어의 기원이 사람들의 최초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라는 말이 된다. 그들을 한데 묶는 수단이 그들을 갈라놓는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언어는 어디에 기원하는 것인가? 정신적인 욕구, 즉 정념에서 온다. 살고자 하는 욕구가 서로 피하게 한다면 모든 정념은 사람들을 가까이하게 한다.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토해내게 하는 것은 배고픔도 목마름도 아니고 사랑, 증오, 동정심, 분노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열매를 손에서 놓치지 않는다. 말을 하지 않고도 그 열매를 먹을 수 있다. 사람들은 많을 하지 않고도 포식하고 싶은 먹이를 쫓는다. 그러나 어떤 젊은이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부당한 공격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본성에 따라 억양, 외침, 비명을 지르게 된다. 바로 그렇게 하여 가장 오래된 말들이 발명된 것이다. 또한 바로 그런 까닭으로 처음 언어들은 단순하고 체계적이기보다 음악적이고 정념적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모두 무조건 다 참인 것은 아니지만, 뒤에 가서 이에 관해 다시 언급하겠다"


"주96) 인간이 천성적으로 얼마나 게으른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마치 자고 먹기 위해서, 전혀 움직이지 않고 지내기 위해 사는 것 같다. 그들은 굶어죽지 않을 만큼만 움직인다. 이 달콤한 게으름이 미개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상태를 좋아지도록 유지시켜준다. 인간을 불안하게 하여 대비하게 하고 활동적이게 만드는 정념은 사회 속에서만 생겨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을 보존하려는 정념 다음에 오는 인간의 가장 강한 정념이다. 인간을 잘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서도 볼 수 있는 일이지만, 각자가 일을 하는 것은 휴식을 갖기 위함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부지런해지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다."(장 자크 루소, <<언어 기원에 관한 시론>>)

Posted by 공장장_ :